Monday, May 25, 2009

방송인으로 홀로 서기 준비하는 최민수의 아내, 강주은

방배동 집 앞 커피숍에서 강주은을 만났다. 명색이 인터뷰인데 화장기 없는 얼굴에 투박한 점퍼를 입고 나왔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모습은 남편 최민수와 닮았다. 그녀가 말하는 가정, 자녀 그리고 일 이야기. 노인 폭행 논란 이후 칩거 중이던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우리는 강주은(39)을 그저 배우 최민수(47)의 아내로 기억하고 있다. 그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연예인의 아내’로 가끔 얼굴을 비출 때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강주은은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열혈 커리어우먼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서울 외국인학교 대외협력개발 이사, 미국 상공회의소 교육위원회 공동의장을 7년간 맡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리랑 TV의 ‘디플로머시 라운지’ MC도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강주은이 남편의 손을 놓고 홀로 서는 첫 방송으로 각국 주한 외교관들을 초청해 한국의 정세, 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다. 강주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쓸모 있는 교포’ 역할을 하고 싶었단다. 그녀가 한국인으로 살아온 시간도 어느새 16년째다. ‘중간자’ 입장에서 한국을 말할 수 있으며, 더욱이 그녀는 타고난 달변가다. 앞으로 방송인으로 자리 잡는 그녀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번 인터뷰에서 강주은은 두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특별한 남편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 교육, 그리고 아빠 최민수에 대해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아는데 자녀 교육은 어떻게 병행하나요?
우리 아이들은 제가 일하는 외국인 학교에 등교해요. 가사는 도와주는 분이 계세요. 한국 사회는 아이들에게 관대한 것 같아요. 잘못을 했어도 ‘오냐오냐’ 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유명세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평범하게 키우고 있어요. 다행히 외국인 학교라 그런지 누구의 아들인지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저번에 아이가 연극을 했는데 맡은 역할이 나무였어요. 대사도 단 한 마디였죠. 그런 식으로 평범하게 자라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남편인 최민수씨와 교육 방침이 달라 갈등한 적도 있나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키우자는 부분은 비슷해요. 그러나 제 남편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필요하냐’는 식이에요. 걸핏하면 아이들에게 “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나와 놀자”고 해요. 그래도 최소한 학교는 보내야 되잖아요.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는 편이에요(웃음). 그래도 정신적인 면에서 무척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마음이 좋아요. 특히 배려심이 많은 거 같아요.

아이들의 배려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첫째 유성이가 여섯 살 때 일이에요. 아이들은 종종 자기가 갖고 있는 걸 자랑하잖아요. ‘만화 비디오 갖고 있다’, ‘장난감 차 있다’ 다들 난리인데 유성이만 가만히 있는 거예요. 저는 아이에게도 특별한 장난감이 하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자랑을 하지 않더라구요. 보다 못한 제가 “유성이도 무슨 장난감 하나 있는 것 같은데?”라고 유도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도 자랑을 하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 물어보니 “엄마도 참, 나까지 있다고 자랑하면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애 마음이 어떻겠어”라고 하더군요. 또 가족 나들이 때 사람들이 남편을 알아보고 사인을 받으려고 해요. 유성이 아빠는 “가족과 있으니 안 할게요”라고 거절하는데 그러면 유성이가 막 화를 내요. 빨리 해주라고(웃음).

아이들에게 매를 든 적이 있나요?
매는 들지 않아요. 그 대신 심하게 벌을 세워요. ‘애라서 봐줘야지, 짜증을 내도 아이답게 그냥 둬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화장실에서 혼을 내기 때문에 “화장실 갈래?” 하면 버릇없이 굴다가도 멈춰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선택하게 해요. ‘책임지는 인격체로 존중하자’는 것이 제 교육 방침이에요. 아빠도 함께 그 방침을 지켜야 되는데…, 남편 때문에 항상 망쳐요(웃음).

남편이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인가요?
유성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잘 어울려요.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줘요. 아이들에게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시켜요. 어떨 때는 유성이가 집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형님 계세요?” 하며 놀러올 때도 있어요.

요즘 한국은 교육열이 뜨거운데 공부는 어떻게 시키나요?
유성이는 글을 잘 써요. 글 쓰는 걸 보며 많이 칭찬하고 같이 느끼려고 해요. 어느 날 유성이가 전화를 해서 “엄마, 내가 성적이 좀 안 좋아. 엄마가 많이 화낼 것 같아” 라고 말하더라구요. 알고 보니 수학 시험이 총 25문제였는데 그 중에 3개만 맞았나 봐요. 저는 아이를 혼내지 않았어요. 대신 앞으로 성적이 안 나와도 엄마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이에게 점수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마음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둘째 유진이는 어떤가요?
유진이 역시 활발하지만 스스로 정리를 잘하는 편이에요. 두 형제가 무척 잘 지내요. 유진이가 공부 못하면 유성이가 막 화를 내고 가르치죠.

부부 이야기 ‘첫 만남에서 지금까지’
최민수씨와의 첫 만남을 회상해본다면?
만난 지 3시간 만에 결혼하자고 했던 사람이에요. 제 귀를 의심했죠. 분명히 영어로 프러포즈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 이 사람은 만나는 여자마다 결혼하자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최민수씨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전혀 몰랐어요. 청재킷을 입고 귀고리까지 하고 미스코리아들 사이에서 걸어오는데 여자들이 다들 ‘어머머’ 하면서 죽더라구요(웃음). 저는 속으로 ‘저 사람 잘난 척 무지 한다.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결국에는 청혼을 받아들인 거네요?
그때 최민수씨가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바빴는데 그 와중에 제가 출국하는 날 공항에 나왔더군요. 그러고는 몇 주 후에 캐나다까지 온 거예요. 차마 거부를 못했어요. 우리 두 사람은 제일 안 맞을 것 같은데 맞아요. 16년을 신기해하면서 살고 있어요. 남편은 저 아니었으면 결혼생활 실패했을 거예요. 원래 결혼을 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구요(웃음).

최민수씨가 3시간 만에 프러포즈한 이유가 뭐였을까요?
유성이 아빠는 이미 제 미스코리아 프로필 파일을 다 봤대요. 당시 MBC 부사장님께 부탁해서 말이죠. 그걸 보며 뭔가 느낌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주위의 반대는 없었나요?
저희 부모님도 캐나다에서 40년 이상 살다 보니 민수씨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이 결혼시키지 말라며 민수씨에 대한 온갖 소문들을 다 팩스로 보내줬어요. “그런 사람에게 시집보내 왜 고생시키느냐”고 말이죠. 결혼하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겨우 했어요.

결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요?
결혼 당시 제 나이가 겨우 스물세 살이었어요.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싶은 나이잖아요. 그런데 주방에서 살림만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게다가 자동응답 전화기를 통해 ‘오빠, 오빠’ 하며 남편을 찾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백 통이 넘게 왔어요.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그런 전화가 오면 부부싸움도 했겠어요?
아니요. 그저 빨리 자신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여자들의 도전을 받으려면 제가 더 당당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오빠, 언제 들어올 거야?”라는 말도 못하겠더라구요. 기다리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바쁘다고 남편을 거절할 줄 아는 아내가 되고 싶었죠.

가끔은 착한 강주은씨가 다 참아주고 사는 걸로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그렇게 보시기도 하더라구요. 유성이 아빠는 배드보이(Bad Boy), 저는 굿걸(Good Girl) 이미지가 있나 봐요. 남편은 상당히 억울하다고 해요. “너는 참 사람들한테 살랑살랑 잘해. 다들 너의 실체를 모르지”라고 말이죠. 남편은 참 순수한 사람이에요. 남편은 우리 엄마랑 제일 친해요. 서로 시를 쓰고 읽으며 “바로 그거예요” 하면서 울기도 해요.

최민수씨를 다루는 나만의 비법이 있나요?
아시죠? 찰랑거리는 팔찌를 하고 머리에 뭐 묶고 다니는 거요. 그럼 저는 “여보, 내가 보기에는 정말 멋있는데 오늘 외출하는 자리는 나 혼자 갈까?”라고 돌려 말해요. 그러면 “알았어. 바꿔 입을게”라고 하죠. 그렇지만 가급적이면 막지 않으려 해요. 어차피 예술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제가 편집을 할 수는 없어요. 남들이 뭐라 해도 내면에 기준이 확고한 사람이니까요. 서로 바꾸지 말자고 해요. 그저 지지해줄 뿐이죠.

그렇지만 최민수씨가 결혼 후 아내를 통해 많이 바뀐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요?
맞아요. 바뀌었다고들 해요. 저야 최민수씨의 미혼 시절을 모르니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제가 얼마 전에 학교 일을 상담하느라 밤에 남자 분과 통화를 한 적이 있어요. 유성이 아빠가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아, 전화 통화 중이구나. 끝나면 거실에서 잠시 얘기하자”고 하더군요. 상대방 남자 분이 “방금 전에 최민수씨, 남편 분 맞아요? 집 안에서 노크도 하십니까?” 하고 놀라더라구요.

시상식에도 부인을 대동하기로 유명하지요?
시상식에 부인을 동반하는 게 우리 문화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공개 석상에서 키스를 해주는 게 고마워요. 한국 문화 속에서는 그게 정상이 아닌데 말이죠.

최민수씨는 보통의 한국 남자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남편은 평범한 한국 남자보다 한참 앞서 있는 듯해요. 제가 캐나다에서 가족처럼 지내던 남자친구가 두 명 있는데 제 약혼식에도 함께해 어울렸던 친구들이죠. 그 중 한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와서 장장 한 달을 저희 집에서 남편과 함께 살았어요. 아무리 트인 사람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참 앞서가는 사람이에요.

부부싸움은 잘 안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결혼하고 신혼 3년 동안은 대단했어요. 저도 성격이 있거든요. 거의 40년 동안 싸울 분량을 그 기간에 다 했어요. 헤어지지 않고 오늘까지 온 게 기적이에요. 그래서 오늘을 감사해요. 단단한 열매를 맺은 것 같아요. 그러니 그 사건이 터지고 8개월 동안 얼마나 아팠겠어요.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상황이었잖아요.

남편 최민수 그리고 최민수씨
한국은 ‘다르다’는 것에 민감한 사회라 남편이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기자회견(노인 폭행 논란 해명)을 TV에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나요?
평소 집 안에서는 철 안 든 아이 같은 사람이었는데 억울한 오해를 받고 그것에 대해 해명을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거죠. 그런 상황이라면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쉽게 갈 수 있겠어요. 저라면 못했을 거예요. 그곳에서 자기 얘기를 정리하며 하나하나 푸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내가 믿고 있는 남자는 바로 저 사람이다. 나를 지켜줄 사람이고 진짜 남자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날은 진짜 멋있었어요.

당시 아내 이름도 언급했는데…, 그때는 어땠나요?
제 이름을 꺼냈을 때는 당황스러웠어요. 순간 ‘왜 내 이름을 꺼냈어. 나는 그 공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라고 머리를 감쌌어요.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그 열기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관련되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산 속으로 칩거를 들어간 것에 대해 자녀들을 어떻게 이해시켰나요?
이해시킬 것도 없었어요. 남편은 원래 굉장히 자유롭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결혼 전에도 오대산에서 몇 개월 살았대요. 아이들과 “아빠 보러 가자”고 가기도 했어요. 아내로서 제가 아는 선에서, 남편은 남편답게 필요에 의해서 산으로 간 거예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현정씨가 최민수씨에게 “오빠, 제발 쉽게 가자”고 요즘 상황에 대해 조언했는데 들으셨나요? 그 발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네. 들었어요. 고현정씨는 남편과 함께 연기를 했던 분이고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한 이야기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 상황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쉽게 가자’는 표현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건이 일어난 후에 사람들은 굉장히 여러 가지로 해석을 했어요. 그러나 저희는 태풍의 눈처럼 굉장히 고요했어요. 제가 흔들리면 사람들이 금방 또 반응할 테니까요. 유성 아빠가 산에 가든 말든 그건 자신이 결정할 문제거든요. 그것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나요. 필요에 의해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최민수씨의 첫 번째 친구는 고독, 두 번째가 본인이라고 했는데요, 강주은씨의 첫 번째 친구는 누구인가요?
제 성격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는데, 바로 저예요.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많이 의지해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이지만 실제로 친한 친구는 없어요. 인생 안에서 나, 그리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나와 항상 같이 가는 거예요.

이번에 MC를 맡은 것에 대해 최민수씨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남편은 늘 제게 아깝다고 했어요. ‘우리 사회가 주은이를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남편은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소개해줬어요. 이번에 맡은 방송이 제게 딱 어울리는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남편뿐만 아니라 기회를 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한국이 세계에 가까이 가고 세계가 한국에 가까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원상희

http://news.cyworld.com/view/20090316n09655?mid=e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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